“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엄마 아빠 품에 안겨있는 한 살 아기부터 손녀의 손에 이끌려 한글학교에 처음 방문한 할아버지까지 모든 사람들은 서로를 보며 인사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학교 밖 도로에까지 퍼진 구수한 전 냄새가 향수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또 여기저기에서 색동의 예쁜 한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니 꼭 명절에 큰 아버지 댁에서 반갑게 만나던 먼 친척 사촌과 조카들을 만난 것만 같았습니다.
이보다 더 명절다운 추석 축제가 있었을까 싶을만큼 모두가 풍요롭고 넉넉하고 행복한 명절을 즐겼습니다.
보훔한글학교에서는 지난 2024년 9월 20일 추석 큰잔치가 열렸습니다. 학생들의 가족들과 이웃들이 함께 초대되어 150여명이 되는 많은 손님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제일 먼저 지난 6월에 새로 부임한 나윤원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과 덕담으로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국의 선조들이 풍요로운 가을을 맞아 가족과 이웃들에게 좋은 것을 나누고 감사인사를 하는 그 깊은 뜻의 인삿말을 모두가 깊이 이해했을까요? 나윤원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과 많은 손님들에게 풍요로운 때에 한국인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었음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한글학교에서 참 고마운 분들, 바로 선생님들과 운영위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 순서로 한국의 세시풍속과 명절, 추석편 교육영상을 함께 보며 추석의 유래와 역사, 의례와 절식에 대해 짧게 배웠습니다.
1부 순서가 끝나고 2부 문화체험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네가지 문화체험관이 열렸습니다. 전통글씨 붓글씨쓰기, 전통등 청사초롱 만들기, 전통의복 한복입어보기, 전통음식 전부치기.
– 전통글씨 붓글씨 쓰기 체험관은 작년 에센에서 열린 재독 한글학교 교사 세미나에서 캘리그라피 연수를 받고 오신 선생님들께서 준비해주셨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을 비롯하여 추석 인사말을 붓글씨로 써보고 예쁜 엽서를 꾸며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글학교를 처음 방문한 여러 독일인 손님들도 자신의 이름이 낯설지만 아름다운 모양의 한국말로 씌여지는 아주 놀라운 경험에 기뻐했습니다.
– 전통등 청사초롱 만들기 체험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색상 빨강, 파랑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전통등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 뿐 아이라 어른들도 모두 청사초롱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독일 가을에는 항상 등불행사를 하는데 아마도 곧 열릴 Laterne Fest(독일등불행사) 거리 위에 올해는 한국의 청사초롱이 여기저기 아름답게 빛날 것 같습니다.
– 전통의복 한복입어보기 체험관은 매 명절축제마다 모두에게 환영받고 인기가 많아 이번 추석에도 열리게 되었습니다. 서양의복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혹적이고 섬세한 한복의 색감과 질감이 모두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
– 전통음식 전부치기 체험관은 이번 추석행사에 처음 진행하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글지글 기름냄새가 온 학교에 진동하며 어느때보다 명절다운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빚은 고기전을 성인반 학생들이 팬에 부치며 모두가 명절의 온도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학생들과 손님들은 뿔뿔이 흩어져 원하는 체험 수업을 듣고 담당 선생님의 칭찬도장과 기념품을 받아 무엇보다 뿌듯하고 보람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 추석행사에서 특별했던 순서는 한국책 바자회 였습니다. 에센에 거주하시는 전영재님의 기부로 많은 질좋은 어린이 책을 모두에게 나눌 수 있었고 수익금은 전액 한글학교 발전기금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전영재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모든 문화체험 순서가 끝나고 십시일반 모두가 준비해온 비빔밥 재료로 맛있는 비빔밥과 함께 만든 전을 먹었습니다.
모두에게 풍성하고 모두에게 기쁜 말그대로 큰 명절이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번 추석과 같이 한국인, 독일인, 어린이, 어른, 남자, 여자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날마다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보훔한글학교가 되길 바라봅니다.